분류 전체보기43 『곡성』 리뷰 - 종구가 뒤쫓은 소문, 마을을 삼킨 알 수 없는 죽음 곡성에 번진 원인 모를 죽음, 종구가 뒤쫓은 소문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평화롭던 시골 마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살인 사건이 잇따라 벌어지면서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곽도원이 연기한 순경 종구는 이 사건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피부에 이상한 발진이 돋고 알 수 없는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가족을 살해하는 참혹한 현장들을 잇달아 마주하게 된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산속 외딴집에 사는 국적 불명의 일본인 남자가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 있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가고, 종구 역시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점차 이 소문을 좇아 진실에 다가가려 애쓴다. 영화는 종구의 수사를 따라가는 형식을 취하면서도, 그가 마주하는 단서들이 명확한 인과관계로 이어지기보다 오히려 더 큰 혼란과 의심을 낳도록 구성되어 있어.. 2026. 9. 9. 『부산행』 리뷰 - 펀드매니저 석우가 놓지 않은 딸의 손 펀드매니저 석우, 딸의 손을 놓지 않기로 한 순간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날,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KTX 열차 안에 갇힌 승객들의 사투를 그린 재난 스릴러다. 공유가 연기한 펀드매니저 석우는 이혼 이후 딸 수안과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하기보다 일에 매몰된 채 살아가는 인물로, 수안의 생일을 맞아 마지못해 부산에 있는 엄마에게 딸을 데려다주기 위해 열차에 오른다. 출발 직후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여성이 열차에 잠입하면서 상황은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는 아비규환으로 치닫고, 석우는 오직 자신과 딸의 생존만을 우선시하며 다른 승객들을 외면하려는 이기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어린 수안은 위기 속에서도 타인을 배려하고 도우려는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으며, 아버.. 2026. 9. 8. 『신과함께: 죄와 벌』 리뷰 - 소방관 자홍이 통과한 일곱 개의 재판 소방관 자홍이 걸어야 했던 49일, 일곱 개의 재판김용화 감독의 신과함께: 죄와 벌은 화재 현장에서 아이를 구하다 순직한 소방관 김자홍이 저승에 도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차태현이 연기한 자홍은 살아생전 특별한 죄를 짓지 않은 이른바 귀인으로 소개되며, 죽은 자가 인간 세상으로 환생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일곱 개의 지옥, 즉 살인지옥과 나태지옥, 거짓지옥, 배신지옥 등을 49일 동안 차례로 통과하는 재판을 앞두게 된다. 각 지옥은 저승의 법에 따라 서로 다른 죄목을 다루는데, 살아있을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소한 거짓말이나 방심, 가족과 동료에 대한 소홀함마저도 이곳에서는 준엄한 심판의 대상이 되며, 이 과정에서 자홍은 자신이 살아온 삶을 하나하나 되짚어보게 된다. 영화는 이러한 저.. 2026. 9. 8. 『명량』 리뷰 - 열두 척의 배로 맞선 울돌목의 물살 열두 척으로 벌인 승부, 울돌목의 물살김한민 감독의 명량은 정유재란 당시 조선 수군이 궤멸에 가까운 참패를 겪은 직후, 이순신 장군이 겨우 남은 열두 척의 배로 수백 척에 이르는 일본 함대에 맞선 명량대첩을 재현한 작품이다. 최민식이 연기한 이순신은 삼도수군통제사로 복직했지만 조정으로부터 실질적인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한 채, 두려움에 사로잡힌 병사들과 도망치듯 흩어지려는 백성들 사이에서 홀로 전쟁을 준비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영화는 전투 장면에 앞서 이순신이 겪는 고립감과 내적 갈등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는데, 이는 그를 단순히 불패의 영웅으로 그리기보다 거대한 압박 속에서도 결단을 내려야 했던 한 인간으로 입체적으로 조명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병사들 사이에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절망감.. 2026. 9. 8. 『국제시장』 리뷰 - 흥남부두에서 놓친 손, 한 세대가 짊어진 약속 흥남부두에서 놓친 손, 덕수가 짊어진 약속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은 한국전쟁 당시 흥남철수 작전에서 시작해 격동의 현대사를 관통하며 살아온 덕수라는 한 인물의 일생을 따라간다. 황정민이 연기한 덕수는 어린 시절 피난선에 오르는 혼란 속에서 여동생 막순의 손을 놓치고, 뒤이어 승선하려던 아버지마저 덕수에게 가족을 지켜달라는 말을 남긴 채 배에서 내려 딸을 찾으러 떠난다. 이 순간 아버지가 남긴 부탁은 이후 덕수의 남은 인생 전체를 규정짓는 무거운 약속이 되며, 그는 평생 아버지와 여동생을 향한 죄책감과 책임감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부산 국제시장의 작은 가게 꽃분이네에 정착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덕수는 어린 나이부터 학업 대신 생계를 짊어져야 했고, 이는 전쟁이 한 개인의 삶에서 얼마나 많은 선택지를 빼앗.. 2026. 9. 7. 『취화선』 리뷰 - 고아 출신 화가가 붓 끝에 새긴 광기와 예술 고아 출신 장승업, 붓 하나로 세운 이름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은 조선 후기의 실존 화가 장승업의 삶을 최민식의 열연으로 되살려낸 작품이다. 부모 없이 떠돌던 소년 장승업은 어느 양반가에 몸을 의탁하며 우연히 그림을 접하게 되고, 정규 교육을 받은 적 없는 밑바닥 신분임에도 타고난 감각만으로 붓을 다루는 재능을 드러낸다. 그의 그림은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의 흥밋거리에 불과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사대부와 권력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고 마침내 궁중에까지 그의 이름이 알려지게 된다. 영화는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에서 미천한 출신의 인물이 오직 붓 하나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면서도, 그 성공이 결코 순탄한 신분 상승의 서사로 미화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거리를 둔다. 장승업은 명성을 얻은 뒤에도.. 2026. 9. 7. 이전 1 2 3 4 5 6 7 8 다음